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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커피를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을까? 이를 두고 에티오피아와 예멘은 오래도록 경쟁을 벌였다. 이는 아프리카냐 아라비아반도냐, 그리스도 국가냐 이슬람 국가냐의 자존심이 걸린 논쟁이기도 했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했지만, 최초로 재배한 곳은 예멘이다’라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혹 모를 일이다. 역사가 반드시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인류는 커피를 사랑한다. 미국의 작가 마크 펜더그라스트가 “커피가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원자재로서는 지구에서 오일 다음으로 두 번째로 가장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커피의 위세’는 대단하다. 커피의 무엇이 인류를 이토록 매혹시키는 걸까? 커피는 우리에게 맛과 향뿐만 아니라 그 뛰어난 향미만큼 풍성한 이야기를 피워내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그래서 커피를 신이 빚어낸 음료라고 말한다.

왜 커피인문학인가?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의 목적은 첫째는 커피에 대한 교양과 상식의 전달이고, 둘째는 커피를 이야기할 때 달아오르는 기쁨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한 이야기 소재의 제공이며, 셋째는 감히 독자로 하여금 매사 자신의 삶을 비추어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커피를 이야기하지만, 구절구절 우리 인간의 삶이 비춰지도록 노력한다. 커피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거울이다.

커피인문학은 커피에 대한 또 하나의 발견이자 행복이다. 우리는 커피를 통해 에덴동산에서 있었던 일을 추억한다. 커피를 통해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의 첫날밤을 엿본다. 커피를 통해 수피가 알라를 접신(接神)하려는 몸부림을 목격한다. 커피를 통해 새벽길 상궁 복장을 하고 가마에 오르는 고종의 눈물을 본다. 커피를 통해 1937년 4월 도쿄의 교도소에서 피를 토하며 스러진 시인 이상의 영혼을 만난다. 커피를 통해 해방에서 현재까지 온갖 불화(不和)를 거쳐온 겨레의 궤적을 훑는다.

이 책은 4장로 구성됐다. 제1장에서는 커피가 에덴동산에서 시작되어 예멘, 에티오피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라크,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미국을 거치면서 일으켰던 풍파를 추적했다. 카페인을 통해 인류를 각성시키면서 벌어진 에덴동산 추방을 비롯해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 오스트리아 빈 전투 등이 그것이다. 

제2장에서는 한국의 커피 역사를 살펴보았다. 누군가의 뇌리에는 진하게 박혀 있을 일제 식민사관을 뒤집으려 애썼다. 제3장은 커피에 취미를 붙이고자 하는 분들이나 장(章)마다 독립된 단편 드라마를 감상하고픈 마음에서 책을 펴신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부터 읽어도 좋겠다. 제4장은 커피 애호가라면 진정 관심을 가져야할 커피 산지에 대한 이야기다. <출판사 서평 中>

■ 지은이 소개- 박영순

저자는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야현성당(현 교현동성당) 혜성유치원에서 바오로(Paul)라는 세례명을 받고 교현초등학교 2학년 때 청주로 전학을 갔다. 주성초등학교, 청주남중학교, 세광고등학교를 거쳐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123학군단(한국교원대학교)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충북대학교 대학원 유전공학과에서 2학기만 마치고 돌연 언론사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세계일보』 수습 5기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며, 사회부 기자 시절에는 ‘조폭 전문’ 기자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2년 국내 첫 무료신문인 『메트로』 창간 멤버로 참여한 뒤에는 출판, 의학, 영화, 와인 등 문화생활 분야의 전문기자를 지냈다. 이 과정에서 식음료 향미 탐구에 심취하면서 와인 블렌더, 위스키 블렌더, 사케 소믈리에, 차 테이스터, 커피 로스터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디플로마(diploma) 과정을 밟았다. 식음료 제조·향미와 관련해 40여 종의 자격증과 학위를 갖고 있다. 또한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포커스』 편집국장을 끝으로 21년간 언론인 생활을 마감한 뒤 본격적으로 커피 향미와 인문학을 접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피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강의를 시작했다. 세계적인 커피 석학인 숀 스테이먼 박사와 커피 향미를 올바로 평가하고 묘사하는 커피 테이스터 교육 과정을 공동 창안했다. 커피비평가협회 회장 자격으로 미국 뉴욕의 명문요리대학 CIA와 교육협약을 체결해 향미 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

커피인문학, 커피 테이스터, 플레이버(flavour) 마스터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다. ‘마르퀴즈 후즈 후’는 “커피 분야에서는 한국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2017년 국내 처음으로 청주 서원대학교 교양학부에 ‘커피인문학’이 개설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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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9-26 15: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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