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희 기자 기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전국은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콘테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축제를 앞세워 관광소득 올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사이 장애인과 비장애인간 양극화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부산만 하더라도 해동용궁사, 이기대공원, 감천문화마을 등 소문난 명소들이 많지만 막상 장애인들이 편히 여행을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문화관광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부산에 전국 최로로 장애인을 위한 관광지원센터를 설립한 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관광진흥회 부산광역시협회(이하 부산협회) 회장과 부산장애인관광지원센터 대표를 맡고 있은 이운화 회장(56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장애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관광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협회 부설로 ‘부산장애인관광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이 회장은 “3년 전부터 장애인관광지원센터 계획을 구상해 오다가 지난해 부산시 예산지원(3개월)을 받아 설립했다”며 “센터의 역할은 장애인들이 관광지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박정보나 편의시설 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데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부산협회에 가입된 정회원은 500여명이지만, 부산시 등록장애인(약 17만명)이면 누구나 관련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가령 센터에서 부산 동구의 삼복도로는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구간이 어딘지를 알려주고, 서구의 송도해상케이블카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지를 점검해 그 결과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관광지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관광 편의시설(숙박시설 포함) 안내 리플렛이나 홍보책자 제작도 계획 중이다.
부산시에서 받은 예산(2000만원)으로 해동용궁사와 다대포 해수욕장, 남포동, 자갈치시장 등 4곳에 대한 VR(가상현실)을 제작했다. 장애인들이 관광명소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VR체험단도 구상 중이다. 또한 장애인들이 가볼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하는 ‘부산 웰투어’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QR코드도 개발 중이다.
이 회장은 “한시적인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VR이나 앱 기능이 많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많은 예산과 개발인력이 필요하겠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 2019년쯤에는 완성작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운화 회장이 부산장애인관광지원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그는 장애인관광지원센터를 부산의 16개 시·군은 물론 각 지자체로 확대해 전국 조직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장애인과 임산부, 고령자 등 관광 취약계층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게 이 회장의 바람이다.
이 회장이 장애인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그 역시 장애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사로로 발목(아킬래스건 파열)을 다쳐 경증장애를 갖게 됐다. 이후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된 장애인단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 회장은 부산지체장애인협회 사무실장과 지체장애인단체협의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부산장애인문화관광진흥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양로원 봉사활동과 나환자촌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봉사가 몸에 밴 것 같다”며 “결혼생활 이후로도 자원봉사를 계속했는데 경증장애를 입게 되면서 장애인단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장애인단체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화도 들려줬다. 부산지체장애인협회에서 사무실장으로 7년간 일하면서 매년 5쌍의 합동결혼식을 진행했는데 여성장애인들의 의상과 마사지는 물론, 신혼여행에 동행해 와인과 꽃바구니를 선물했을 때 해맑게 웃는 장애인 부부를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또 장애인 기능경기대회가 있을 때면 준비기간만 3~4개월 걸리는데 그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았고, 대회에 출전한 장애인들이 금메달을 따면 보람됐다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를 운영하면서 난관도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은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이 ‘경제적인 문제’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부산협회는 회비나 기업의 후원 없이 3년째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원하는 식품·의류 등의 물품은 취약계층 후원에 쓰인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장애인문화복지사 양성과 장애인외국어과정 개설 등 핵심사업 추진도 쉽지 않다. 부산협회는 평생교육원 과정으로 지난해 장애인 문화복지사 1기생 20명을 배출했으며, 올해는 2기생 80명을 배출할 계획이었다.
또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장애인외국어과정을 개설을 준비 중이지만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지난해 12월 개최하려 했던 관광박람회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준비 미흡 등으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이 회장은 “지난해 장애인관광지원센터를 설립해 어렵게 부산시 예산을 땄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부족한 점을 보안해 계획했던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서 장애인 관광문화사업에 대해 편견없이 봐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부산도 서울처럼 ‘취약계층 관광활동 지원’ 조례 및 시행령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해진다”며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당부하는 이운화 회장. 그의 바람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없이 더불어 행복해 지는 세상이 오길 기대해 본다.
정말 멋지고 좋은 일 하시는 분이시네요^^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