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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지역사회의 일원입니다” - 장희덕 부산광역시장애인정보화협회장 28년간 장애인운동 헌신
장애인수급 및 연금제도 등 선진화된 법체계 마련 시급
  • 기사등록 2017-04-17 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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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국가의 소중한 인적자원이며, 한 인격체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불쌍한 사람이란 시혜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장희덕 (사)부산광역시장애인정보화협회 회장(55세)은 과거에는 장애인 복지가 민생고 해결에 있었다면, 지금은 문화예술체육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부산광역시장애인정보화협회를 12년째 이끌고 있으며, 3년 전에는 사단법인 장애인정보예술협회도 설립했다.

1991년 설립된 부산광역시장애인정보화협회는 ‘장애인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며 저소득 가정의 중증장애인이나 노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진행해 왔다. 장애인정보예술협회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활동보조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대 청년, 장애인 인권에 눈을 뜨다

장 회장은 부산에서 28년간 장애인들의 복지와 권익향상을 위해 헌신해 해온, 장애인단체 내의 ‘젊은 일꾼’으로 통한다. 그는 20대 중반 처음으로 장애인 단체에 몸담은 후 지금까지 30여개가 넘는 단체를 이끌면서 장애인복지와 인권, 일자리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처음부터 장애인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저 역시 장애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장애인들을 기피하고, 외면하려 했었죠.”

장 회장은 돌이 지날 무렵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그러던 중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당시 20대 시절을 보내고 있던 장 회장은 지체장애인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한 장애인단체를 방문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장애인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서울에서 몇 사람 꼽을 정도로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그는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른 장애인들과 친문을 맺으면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에 함께 운전을 배우던 장애인 8명이 뜻을 모아 ‘장애인 수송 봉사대’를 조직했다. 봉사대원들은 장애인들이 요청하면 자신의 차량으로 원하는 지역까지 안전하게 태워주는 임무를 맡았다.

80년대 후반에는 봉사대원 수가 200명으로 늘어났는데, 중증장애인들에게 바깥세상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중증장애인 나들이’ 봉사활동도 벌였다. 90년대 초반에는 활동영역을 좀 더 넓히기 위해 장애인단체인 ‘곰두리 봉사회’를 설립했다. ‘곰두리’는 88올림픽 마스코트인 ‘곰돌이’에서 따왔다.

“어렸을 적부터 장애를 앓아온 분들보다 갑자기 교통사고 등을 당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의 활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어요. 원망이나 푸념만 할 게 아니라 우리 테두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직업을 만들자 싶었죠. 그래서 전국의 장애인들과 뜻을 뭉쳐 정식 장애인단체인 ‘곰두리 봉사회’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택시사업에 뛰어들게 됐죠.”

▲경영자에서 장애인단체 리더가 되기까지

‘곰두리 봉사회’에서 택시회사를 설립하려 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아 편법으로 렌터카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리사주제 방식으로 수익은 공동 분배했다. 이후 전국에서 능력이 되는 사람 100명을 선발해 사단법인으로 ‘주식회사 녹색곰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녹색곰두리’ 활동에 대해 모두가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지역 택시회사들은 ‘녹색곰두리’가 불법으로 택시영업을 한다며 모 방송 시사프로그램 등에 수차례 고발했다고 한다.

해당 방송프로그램에서 막상 취재를 와보니 장애인들이 스스로 생활기반을 만들고, 수익도 공동분배하며 택시들이 가지 않는 곳까지 지역주민들의 발이 돼 주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기업사례로 소개해 줘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게 장 회장의 설명이다.

‘녹색곰두리’는 설립 5년여 만에 영업차량 500대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에도 택시회사 설립에 도전했지만 법적인 문제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차에 장 회장은 택시면허 조건 등을 관장하는 주무부처가 행정자치부라는 사실을 알고, 회원 40명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 당시 김기재 행정자치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김 장관은 부산시장과 부산해운대·기장을 국회의원 등을 지낸 인물로, 장애인 택시면허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규제가 완화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장 회장은 그해 사하구 장림동에 있던 부실 택시회사 (주)동승교통을 인수했다. 또한 전국 최초로 장애인 100명을 기사로 고용했다. 특히 장애인 기사들을 위해 오토매틱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었는데, 장애인고용공단이 기계설비를 지원해 줘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회사가 성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그였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력서 순번제로 직원들을 채용했으나 장애인수가 100명을 넘어서자 노조 측의 불만이 커졌고, 노조와 마찰을 겪던 장 회장은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됐다.

▲장애인 복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 필요해

장 회장은 장애인단체 활동과 병행해 섬유공장과 언론사 설립도 시도했지만 크게 빛을 보진 못했다. 사업으로 시련을 맛본 장 회장은 모든 사업을 접고 장애인단체 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

특히 6년 동안 부산지역 34개 장애인단체의 회장직을 맡아 부산시장실 등을 찾아다니며 열악한 사무실 환경 개선과 구·군별 장애인복지관 설립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지역의 장애인단체들이 전국조직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독자법인 설립도 추진했다.

장 회장은 장애인복지관 운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통합을 이유로 장애인단체와 무관한 학교나 종교단체가 복지관 운영을 맡으면서 점차 관료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늬만 장애인복지관일 뿐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요. 본래의 취지대로 장애인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귀를 기울여 주고,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결혼식이나 외식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최근 김영란법 등으로 장애인단체 후원이 줄어든데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장 회장은 올해 부산광역시장애인정보화협회 주최로 ‘제25회 장애인 등반대회’를 개최하는데 후원이 들어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1박 2일로 개최되는 ‘장애인 등반대회’는 장애인 200명, 자원봉사자까지 포함하면 250명 규모로 총 2000여만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당초 4월 28일을 행사일로 잡았지만 5·9 대통령선거로 인해 5월 12일로 일정을 연기했다.

내년에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장애인 등반대회 일정을 6월 이후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 회장은 “부산시에서 4월부터 단체보조금(시비 500만원)을 집행하는데 선거 60일전에는 집행이 안된다”며 “선거다 뭐다 해서 연기하게 되면 장애인들은 땡볕에 등반대회를 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후원이 줄다보니 장애인단체를 이끌어 가는데도 힘이 부친다는 게 장 회장의 솔직한 심경이다. 부산광역시장애인정보화협회는 무료 교육사업을 하기 때문에 수익창출이 어렵다.

장애인정보예술협회에서 진행하는 장애인활동보조인사업도 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 회장은 “앞으로 장애인 복지는 문화예술체육으로 가야한다”며 “교육, 복지 등 순수하게 장애인단체를 운영하는 곳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장애인의 경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정부 지원금을 받는데, 만약 일을 하게 되면 소득만큼 돈을 빼가 일할 의욕마저 빼앗고 있다. 또 형제나 부모 등 가족이 고소득자일 경우 해당 장애인의 수급자격을 박탈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 회장은 “나 역시 장애인이지만 아내가 비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한다”며 “장애인들의 형편과 실정을 고려해 장애인 수급문제와 연금제도 등이 하루 속히 개선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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