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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생선이 많이 잡히는 황금시즌이다. 
2012~13년에는 제주도에서 다랑어가 대량으로 잡혔다. 
그 동안 원양어업을 통해 어렵게 잡아오던 참치, 다랑어가 제주도 근해에서 황금어장을 이루어 어업인들 신명이다. 1미터가 넘는 참다랑어 한 마리의 가격은 비싼 편으로 마리당 4~5만원이다.
 
수백 수천 마리면 어깨가 으쓱하다. 이렇게 제주도 근해로 참다랑어를 비롯한 많은 어종들이 떼지어 몰려드는 것은 바닷물 온도상승으로 인해 어군(魚群)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기 제주바다에서 사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의 황금시즌을 맞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동해안 속초 앞바다에서 다랑어를 비롯한 방어, 부시리, 삼치 등이 많이 잡혀 서울의 대상들이 속초 쪽으로 몰려들었다. 명태, 오징어가 사라진 동해는 한 때 항구마다 어선들이 조업을 포기한 채 선착장에 닻을 내리고 뱃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던 때가 어제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 시기 고급어종인 참치, 방어 떼가 무리를 이루고 찾아드니 하루아침에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이뿐이 아니다. 그 동안 한반도 연안에서 대구가 많이 잡히던 곳은 거제도와 통영항이었는데 요즈음 들어 포항에서도 대구 어획이 성황을 이루어 어민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사실 대구는 찬 바닷물에서 서식하는 어종인 명태, 꽁치, 정어리 등이 따뜻한 물보다는 냉수대가 형성되는 해역에서 많이 잡히느데, 일찍부터 대구는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인들의 최고 식품 중 하나로 대구의 가치를 가장 먼저 파악한 어부는 ‘트로발트’ 바이킹이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아메리카 대륙 근처 바다는 물이 차가워서 찬물을 좋아하는 생선들이 많이 모여들어 일찍부터 바이킹의 항로가 대구 어장과 맞닿아 있음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필연이었다.
바이킹들의 모험적이며 멀고 긴 항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튼튼한 배와, 말린 대구가 식량이 되었으며,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질이 거의 없고, 말리면 무게가 5분의 1로 줄어들어 오래도록 보관하기가 쉽다.

유럽에서 16세기 경엔 대구 어장을 선점하려고 뛰어든 탐험가들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17세기로 들어서면서 영국에서 건너 온 미국의 청교도들이 대 자본을 앞세워 포경(捕鯨)과 대구잡이로 일확천금을 벌어들이며 ‘대구귀족’, ‘포경재벌’까지 등장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부흥하였고, 증기로 움직이는 대형 선박이 건조되면서 더욱 호황을 누렸다.

유럽의 주요 식량인 대구를 더 많이 잡기 위해 바다 밑바닥까지 훑으면서 씨를 말리는 저인망 어선이 등장했다. 점차 대구의 어획량은 줄어들고 그 많던 대구는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미국의 메인만 연구소는 밝히고 있는 가운데 20세기 들어오면서 위치 추적기를 단 탐지선도 만들어졌다. 여기에 냉동선도 뒤따르는 대형 선단이 무분별하게 남획하면서 대구는 머지않아 바다에서 아주 사라질 어종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 때는 영국과 아이슬란드에서 대구잡이로 인한 전쟁이 세 번에 걸쳐 일어나 잠시 국교마저 중단되기도 했다. 1944년 덴마크에서 독립한 아이슬란드는 자원 빈곤으로 어업이 국민 전체의 생명줄이었다. 당시엔 바다의 경계가 불분명했고, 확실한 주인이 없었으므로 어선들의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서로 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포탄이 오가고 총을 쏘아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이를 지켜보던 주변국들이 자기나라 근해 200해리(약 310킬로미터)내에서는 자국민 외엔 조업을 할 수 없는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제도를 만들었다.

지금은 북대서양의 여러 나라들이 대구잡이를 제한하고 치어(穉漁)를 방류해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현재 우리 한반도의 실정은 더욱 심각하다. 김대중 대통령 때 일본과의 200해리 경제수역 협상에서 아주 불리하게 논의되어 독도 주변해역까지 공동 해리로 정해졌다. 38선 이북은 북한이 가로막고 제주도, 백령도, 연평도 주변은 중국 어선과 북한 어선의 남획으로 최악의 긴장상태이다.

이제 한반도 연근해에서 점차적으로 사라져가는 어종이 많은 실정이다. 귀신고래를 비롯한 대형고래류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뒤이어 수십 년 전부터 동해안에서 풍어를 누렸던 명태, 오징어, 곱상어, 복어, 꽁치 등의 어종은 멸종상태에 이르렀다.

더 늦기 전에 싹쓸이해 가는 중국의 불법 선단을 쫓아내어야 한다. 또한 서해안 배타적 경제수역을 수시로 넘어오는 북한 꽃게잡이 어선들을 납포하여 우리의 해역을 굳건히 지켜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사라진 어종들을 복원해 다시 우리의 식탁에서 맛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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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2-27 18: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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