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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센터장 이사홍
올해 초 친구 모친이 만성질환으로 병원에 두어 달 입원 하셨었다. 친구내외는 맞벌이로 모친을 병간호할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하다 낮에는 간병인을 두고 밤에는 부부가 번갈아 병실을 지켰다고 한다.

 

두어 달 후 퇴원 계산서를 받아들고 친구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만만찮은 병원비에 수백만원이나 되는 간병비가 더하여져 부담이 된 것이다. 정부에서 해마다 병원비 부담을 줄이게 한다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불만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경제적인 부담과 더불어 가족 모두가 정신적 부담을 동시에 가진다.

 

경제적인 부담이야 건강보험으로 진료하면 옛날보다 부담이 훨씬 적다고 하지만 정신적 부담은 가족이 아파 슬픈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누군가가 한명이 밤낮으로 환자에게 매달려 병간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좁은 다인 병실 간이침대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환자를 간호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긴 병에 효자없다” 란 말이 나오겠는가. 오랜 간병생활은 그만큼 자신의 사생활 등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해야 하는 의무이므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당연시 해왔던 이 간병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정신적인 부담인 간병 부담과 경제적 부담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포괄간호서비스 제도이다. 

 

포괄간호서비스는 한마디로 입원 환자에게 그 병원의 간호인력이 전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제도이다.

식사도우미 등의 기본간호부터 치료에 필요한 전문적 간호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간호사가 함으로써 개인적인 간병인이나 가족이 상주할 필요성이 없는 “보호자 없는 병원”인 것이다.

 

우선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 간병인의 비용은 보통 7만원에서 8만원이고 한달이면 200만원은 훌쩍 넘는다. 그러나  포괄간호서비스로 하면 건강보험에 포함되어 일 1만원 미만, 월 30만원 미만으로 부담이 훨씬 적어진다.

 

또한 더 중요한 사실은 가족친척들의 문병이나 간병이 병원 내 감염유발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근래 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감염률이 높았던 이유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병원 병실문화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있다 보니 병원균에 대한 감염가능성이 더 많다. 실제 메르스 전염도 환자감염보다 간병인이나 문병인 감염이 더 많았다고 한다.

 

2013년 7월부터 국가 시범사업으로 일부 병원에서 포괄간호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40개 의료기관이 참여중이고 2018년까지는 전국의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간의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의 결과 이용자 만족도 가 간병인 또는 가족간병의 경우 75.6%인 반면 포괄간호서비스는 87.7%로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듯 포괄간호서비스는 앞으로 입원자나 가족들에게 적은 부담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제도로 자리메김 될 것이다. 이 제도가 정착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간병문화와 병실문화가 환자중심으로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물론 당장 해결되어야 할 문제도 있다.

 

간호사의 수급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1명이 평균 20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이는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의 4~7명보다 3배 이상이나 많은 수치이다. 이 제도가 원만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간호사의 인력확충이 우선되어야 한다.

 

울산은 현재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없어 앞의 내 친구와 같이 입원자들이 포괄간호서비스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업도시 울산이 생태도시 친환경도시로 눈부시게 변모하였듯, 그에 걸맞은 의료환경도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의료환경을 위해서 많은 의료기관이 포괄간호서비스 제도에 동참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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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9-22 08: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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