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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月下) 김달진 문학관을 찾아서 - 부산 신항을 끼고 있는 창원시 진해구 웅동 소사마을.....
  • 기사등록 2015-07-08 22: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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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 남몰래 피어 있는 꽃 한 떨기/ 대지에 마음껏 뿌리를 박은 이 꽃 한 떨기/ 기름진 봄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햇볕을 마음껏 받는 이 꽃 한 떨기/ 파름한 산들바람을 마음껏 마시는 이 꽃 한 떨기/ 밤이면 작은 별 큰 별 마음껏 따먹고/ 송풍(松風). 나월(蘿月)을 마음껏 즐기고/ 맑은 이슬에 마음껏 젖는 이 꽃 한 떨기/ 그리고 혼자 고독 속에서/ 고독의 광영(光榮)과 힘과 미(美)를 배우는 이 꽃 한 떨기...../ 나는 이 꽃이 부끄럽다/ 이 꽃을 배우자’

지난 6월 29일(월) 1962년 현암사에서 출간한 김달진 번역본 법구경(法句經)을 읽다가 창원시 진해구 웅동 소사 마을 <김달진문학관>을 오후 늦게 급히 찾았다. 이곳은 낙동강으로 내달리는 영남제일 천하명당으로 불리는 2곳이 자리하고 있다. 우측으로 대장동 계곡의 남쪽 배산임해(背山臨海), 불모산(佛母山) 전통사찰 제34호 대한 불교 조계종 제13교구 본사 범어사(梵魚寺. 주지 수불스님) 말사 천년고찰 성흥사(聖興寺. 주지 석문스님)가 자리하고  있다. 성흥사는 신라 흥덕왕 8년(833년)에 무염국사가 진해 웅동 지역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친 것을 보은해 구천동에 지었다고 한다. 아울러 북쪽 배산임수(背山臨水), 김해 장유 8정승이 나왔다는 팔판동 신안천을 끼고 밀양이 고향인 거부(巨富)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가옥이 자리하고 있다.


성흥사(聖興寺)는 고려 예종 4년(1109년) 대장동으로 옮겼다가, 조선 현종 9년(1668년) 구천동으로 다시 옮겼다. 이후 조선 정조 13년(1789년)에 현 위치로 다시 옮겼다고 한다. <웅천>의 옛지명 <제포>는 개항 삼포중의 하나로, 사찰의 여러번 이전은 왜구 침략의 길목 해안에 위치해 왜구의 빈번한 출몰로 약탈과 방화에 의한 것이라 전한다.

 

성흥사(聖興寺) 대웅전(大雄展)은 경남유형문화재 제152호다. 절 우측 느티나무 노거수는 수령 600년을 자랑한다. 월요일에 문학관을 열지 않는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채 방문해 내부 전시물들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기웃 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안내판에 소개 된 글로 선생에 대한 알음알이를 더듬으며, 시인 김달진과 <김달진 문학제>에 대해 알린다.


진해시 한국시인협회. 진해문인협회.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김달진문학상운영회. 김달진문학제운영위원회는 “시인 월하(月下) 김달진 선생은 1907년 현 경남 진해시 웅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1920년 진해 계광학교를 마친 뒤 서울과 향리(鄕里)에서 수학하다 출가(出家)했다. 1934년 금강산(金剛山) 유점사에서 득도(得道), 1939년 현 동국대학교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했다. 1929년 <문예공론>에 <잡영수곡(雜泳數曲)을 발표, 문단활동을 시작했으며, 1936년 서정주, 오장환 등과 함께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했다.

 

 1941년부터 광복 조국을 기다리며 북간도에 머물기도 했다”며 “1945년 광복 뒤 <청년문학가협회> 부회장, <죽순> 동인으로 서울과 대구에서 활동했다. 1948년 향리(鄕里)로 돌아와 진해중학교, 해군사관학교, 남면중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2년부터 <고려대장경>의 역경사업(譯經事業)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고승들의 문집번역 뿐만 아니라 불교저술에 힘써 불교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1940년 첫 시집 <청시(靑?)>와 1984년 시선집 <올빼미의 노래>를 포함해 1997년부터 <김달진전집> 19권이라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 김달진의 비명(碑名)에는 “여기 한 자연아(自然兒)가/ 그대로 와서/ 그대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물은 푸르라/ 해는 빛나라/ 자연 그대로/ 이승의 나뭇가지에서 우는 새여/ 빛나는 바람을 노래하라”고 씌어져 있다. 이 처럼 시인 김달진은 자연에 대한 관조와 종교적 초월의 경계 속에서 노장사상과 불교사상으로, 욕심없이 자연을 바라보거나 불교의 가르침을 깊이 사유하는 무욕(無慾)과 탈속(脫俗)의 시인(詩人)이며, 자유자재(自由自在)한 고승(高僧)이다. 법구경에는 “나를 비움이란 나를 죽임이 아니라 나에의 집착을 여의는 것이다. 나에의 집착을 여의는 곳에 그 말(言)은 바르고, 그 행(行)은 자유롭고, 그 마음은 고요한 행복, 무위의 열락(悅樂)에 잠긴다.

 

인간은 누구나 각각 그 자기가 되기 위해서는 히말라야 산정에 혼자 서 있는 돌바위와 같은 고독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되고, 또 그것을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 고독은 은둔의 고독이 아니요, 증인의 한복판, 원수들의 속에 들어 투쟁하면서 견디어 가는 고독이다. 이 고독은 잔인하나 광영(光榮)이다. 그것은 최초의 시련자에게 주어진 시련이요, 불(佛). 신(神)의 축복이 그 머리 위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해진다. 법구경 쌍서품(雙?品)에는 “사람은 원래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罪)와 복(福)을 부른다. 어진 이를 가까이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 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이른다.

 향을 샀던 종이는 향기가 나고, 생선을 꿰던 새끼는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다”라고 했다. 선생은 지난 1962년 26장, 423게송(偈頌)으로 된 영원한 진리의 말씀 <법구경(法句經)>을 옮기면서 “불도를 배우는 사람의 나침반이 되는 글, 진리(眞理)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석가모니의 심금에서 울려나오는 시구(詩句)로서 불교의 본의를 단도직입적으로 이해하기에 가장 적당할 것”이라고 법구경 머리말을 통해 밝혔다. <법구경(法句經)>의 작자는 석가모니, 엮은이는 인도의 법구(法救), 한문번역에는 유기난 등 이다.

 

김달진선생은 향리(鄕里)의 존경받는 교육자 시인으로 1989년 6월7일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1990년부터 <김달진문학상>이 서울에서 시행, 1991년에는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1996년부터는 <김달진문학제>가 진해에서 개최돼 시인의 문학과 삶을 기리고있다.

 

올해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김달진문학상운영위는 <평론부문 김재홍(경희대 명예교수. 백석대 석좌교수)>, <시부문 시인 정현종(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을 각 선정했다. 정현종 시인의 수상작은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문학과 지성사 2015)로, 정 시인은 1965년 박두진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연암문학상(1990), 현대문학상(1995), 미당문학상(2001)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김재홍 교수의 수상작은 평론집 ‘생명. 사랑. 평등의 시학탐구’(서정시학2015)이다. 김교수는 1969년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이후 육사, 충북대, 인하대, 경희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그간 전남 강진 ‘영랑문학제’, 충북 옥천 ‘정지용 문학제’에 헌신(獻身)해 오고 있다. 이밖에도 김교수는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종교인. 시인 만해 한용운의 사상과 문학에 평생을 바쳐 일가를 이뤘다.

 


이밖에도 ‘서정과 철학성’의 김소월론, 문학분계선 위에서 ‘백두산’, ‘민족혼의 상징’ 조기천론, ‘백두산’과 ‘만인보’의 문학사상 고은론, 한국시 자유인의 계보 ‘사랑과 고독, 자유의 시인’ 조병화론, ‘무소유 또는 자유인의 초상’ 김남조론, ‘90소년 시인의 아름다운 회향’ 황금찬론 등이 수록된 시 비평집 <한국현대시인연구> 시리즈는 2015년 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이 비평집은 김교수의 반세기에 걸친 문학공부가 집약된 인간탐구. 생명. 자연 탐구의 연구서로 한국현대시사에서 의미 깊은 성취를 이룬 시인들의 작품론 29편이 실려 있다.

 

김재홍 교수는 비평집 출간에서 “시란 개인적인 나의 삶에서 시작되어 사회. 역사적 삶을 거쳐서 마침내 영원의 지평으로 열려가는 인간 탐구의 길”이라며 “남은 날은 적겠지만 성심성의 맑고 곧은 마음으로 문학적 생애를 마무리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계간 ‘시와시학’ 창간인 겸 주간으로 녹원문화상, 편운문학상, 현대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하늘엔 별. 땅엔 꽃. 사람에겐 시(詩)’를 캐치프레이즈로 해, 지난 25년간 대한민국 시단(詩壇)을 이끌어 온 계간 ‘시와 시학(상임고문 김남조. 고은. 김후란. 운영위원장 법무법인 충정 대표 김진환)’이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100호 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김 교수는 한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락 식만동 832번지 갈대섬 중사도 마을 어귀 낙동강변에 아름다운 이름으로 새겨진 전 육군박물관장. 육사 교수. 대령 이기윤 시인(육사33기)의 <섣달그믐밤> 시비 건립(2010년5월1일)에 최고의 힘을 실어준 참스승으로, 이 시인을 육사 생도시절 만나 문무(文武)를 겸비한 문학인(文學人)으로 평생에 걸쳐 이끌며 키워냈다.

 

이 시인은 육사 생도시절 <태릉무림기> 첫 시집을 냈으며, 생도시절 조지훈 시인의 "군인의 시적 체험은 개인에게는 전인 형성의 기틀이 된다"는 말에 감명 받아  평생을 육사 국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생도들이 문학을 통해 배우는 삶에 대한 성찰은 감동적 리더십의 기본적 소양" 된다는 것을 강조, 인문학적 일상과 역사의식을 고취 시켰다. 

 

 이밖에도 이 시인은 육사 60주년 기념으로 지난 2006년 한국근현대사 <별>을 출간했으며, 아버지를 메타포로 일제강점기 및 6.25동란, 그리고 우리나라 농업의 근대화 과정을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대가족의 일상속 삶의 현장을 낙동강과 고향 김해, 강서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 <섣달 그믐밤>, 시집 <자전거와 바퀴벌레>, <천주교 군종교구사> 등을 출간했다. 

이날 시비제막식에서 스승 김재홍 교수는 유명을 달리한 제자에 대한 애틋함을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에서 “님은 갔지만은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라며 “꽃 진 자리에 오히려 향기 더욱 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사랑하던 이땅 산하와 하늘 바다, 그리고 사람들과 인정은 오래오래 우리 가슴속에 살아 남아 세세년년 꽃을 피우고 향기를 더해가리라는 것을 말입니다”라며 울음을 삼켰다.

 

또한 “인간 이기윤은 아버님을 끝없이 공경하고 사랑하였으며 형제, 자매, 가족, 친척, 친지들에게도 진실한 정을 나눈 따스한 이었다”라며 “고향 중사도와 그 속의 어진 사람들과 굽이치는 낙동강물, 그리고 흘러온 이땅, 어기찬 역사와 민중의 한을 누구보다도 사랑한 사람이었다”라며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제자를 추모했다.

 

결곡한 시의 서정으로 오늘 이 순간, 천만 리를 떨어져 있어도 따스한 정과 통하는 숨결을 간직한 이 시대의 스승 김재홍 교수는 현재 독립기념관이 있는 고향 천안 목천 대자연속에 <한국시마을예술촌>을 조성해 시를 사랑하는 시심 가득한 아름다운 님들의 발길을 널리 기다리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9월 5일 오후 5시 창원시 진해구민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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