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다거(喫茶去) 끽다래(喫茶來)’ 조주선사의 초월적 삶의 향기가 맑은 가을 하늘의 한 점 흰구름처럼 귓전을 스치운다. 우주법계의 끝없는 변화 속에서 잠시잠깐 모였다 흩어지는 흰구름처럼 인간의 유한성 그 너머 수수만년 인고(忍苦)의 세월은 우리에게 유.무형의 전통이라는 미학(美學)을 선물로 남겼다.
특히 김해장군차는 가락국의 찬란한 과거와 김해의 아름다운 현재가 공존하는 풍부한 역사 문화의 도시에서 양성평등에 초석을 다진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가락국 수로왕과의 국제결혼의 봉차(封茶)로 가져와 불교문화와 함께 전승돼 오늘날 예와 인격적 품위에 제일의 반열에 올라 그 맥(脈)을 잇고 있어 차(茶)에 대한 자부심은 타 도시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4 경남차(茶)사발 제1회 전국공모전 및 제9회 경남차(茶)사발 초대전>이 지난 9월 30일(화) 김해문화의전당(대표 이종숙) 윤슬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5일(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행사에는 최낙영 김해시 부시장, 전영기 김해시의회부의장, 이양재 김해문화원장, 공영주 김해시 문화관광사업소장, 정구순 김해시장 부인, 김형수 시의원, 성기홍 김해교육지원청장 등 김해예술계 내외빈들이 대거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으며 소리꾼 홍성자씨의 로비 공연으로 개막식에 흥을 돋웠다.
박용수 경남차(茶)사발공모전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임진왜란 시 많은 경남의 사기장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차사발을 만든 슬픈 사연을 갖고 있다. 좋은 차사발을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였던 선조사기장들의 한을 위로하고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14년 경남차사발 전국공모전 및 초대전을 개최하게 됐다” 라며
“그 동안 경남에 국한해 으뜸차사발 작가를 배출해 왔던 초대공모전을 전국으로 확대해 개최하는 첫 전국공모전이다. 전통을 바탕으로한 소박하고 우아한 차사발들이 현대의 미를 접목한 아름다움으로 선보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전통차사발의 원형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심포지움과 경남도예작가, 일본도예작가 초대전에도 많은 관심부탁드린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밖에도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김맹곤 김해시장, 김태호 국회의원, 민홍철 국회의원, 배창환 김해시의회의장 등이 지면으로 축사를 해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더 했다.
우리 선대들의 차(茶)라는 품격이 일상에 생활화된 그 저변에는 앞선 과학적 토대가 바탕이 돼 멋과 예우와 여유에 걸맞는 차(茶)가 담길 그릇에 골몰할 수 밖에 없었다. 「2014경남차사발 제1회 전국공모전 및 제9회 경남차사발 초대전」에서는 김해전통차사발의 흙. 불. 혼이라는 장인 정신이「얼」로 계승 발전돼 내밀한 조화와 더불어 현대적인 추상미에 회화적인 채색을 가미한 아름다움이 간헐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일상적 차문화 보급과 더불어 문화예술적 삶의 향기로 경제적 측면에서도 블루오션으로 전망됐다.
이번 전시에는 경남산청의 자랑스런 도예가 산청요 민영기선생께서 직접 공모전 심사를 맡아 도예인들의 위상을 높였다. 도예가 민영기선생은 지난 40여 년 동안 올곧게 대자연 속에서 정직한 땀방울로 달관의 경지에 이른 한국 고려다완(高麗茶碗)을 세계최고의 예술로 승화시킨 거목(巨木)이다.
산청요 민영기 선생은 일본 도자기계에서 ‘신(神)과 같은 학자’로 일컬어지는 스승 하야시아 세이조(전 동경국립박물관장)과 정양모(전 국립박물관장) 두 분의 애정어린 격려와 우의로 한국차사발의 품격을 국제무대 반열에 올린 자랑스런 인물이다. 신뢰로 다져진 두 분 스승의 안내따라 전시가 가장 어렵다는 120년 된 일본 동경 최고의 역사적 품격을 자랑하는 갤러리 호중거(壺中居)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세 번의 전시회를 가졌다.
민 선생은 “좋은 스승을 만난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하지만 대단한 스승 뒤에는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준엄함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알면 알 수록 더 어려운 것이 다완(茶碗)의 세계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민영기선생의 ‘산청요’ 작업실로 들어서는 문 위에 걸려 있는 호중천(壺中天) 편액 붓글씨는 구마모토 영주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가 첫 작업을 마치고 귀국해 손수 써서 보내 온 글씨다. 그 간 호소카와 총리는 비서도 없이 네 번씩이나 산청요를 직접 찾아 작업을 했다.
민 선생은 “아는 것이 많은 사람과 사물을 볼 수 있는 사람과의 차이점은 순수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라며 「비움의 미학(美學)」을 늘 말씀하신다. “순수성이 결여되면 감동을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며 “음악도 마음으로 감동을 주 듯 그릇도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대자연의 흐름을 따라 혼신의 열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도다완에 웅혼한 생명력과 예술적 에너르지를 발산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의 길에 들어선지 올해 12년째 되는 아들의 성실한 침묵을 지켜보며 “꿈에 도전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최고가 되라”라고 격려와 채찍을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