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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백화점 같은 점포밀집지역에서 찾고자하는 가게를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 한참 고생을 하고난 후 겨우 찾은 경험을 겪었을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작은 친절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이야기 한 줄을 소개할까 한다. 지난 7월 3일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식당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필자가 가족과 함께 인근식당에서 식사를 하고는 오랜만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극장에 들렀다.

가족들이 보고 싶은 영화는 무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식당가의 어느 맥주홀을 찾았다. 황당한 일은 그때부터다. 기다리는 시간에 필자가 잠시 지하층에 내려갔다가 식당가를 다시 되돌아오려고 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쉽게 찾을 것 같았던 그 맥주홀은 보이지 않았다. 식당가 구석구석을 몇 바퀴 돌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가족들이 있는 맥주홀은 눈에 띄질 않았다. 그렇다고 다 큰 어른이 가족들에게 맥주가게를 못 찾고 있다고 전화하기는 어째 민망스럽기도 하고, 또 아빠로서 체면도 구길 것 같아 마냥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8시경 번잡한 식당가 밤거리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무리 다녀도 그 곳이 그 곳 같아 똑 같은 통로를 맴돌기만 서너 차례...잠시 나온 것을 크게 후회하면서 지나가는 방문객이나 식당종업원에게 물어봐도 고개만 절레절레 모른다는 애기뿐이다.

서서히 불안과 난처함이 어느새 얼굴은 상기된 느낌이고 눈은 충혈되고 다리는 후들후들 힘이 쭉 빠질 때 쯤이다. 필자의 당황스런 모습에 누군가 옆으로 다가와서 묻는다. “손님 어디를 찾으십니까?”

약간 겸연쩍기는 하지만 ‘이런 구세주가 따로 있나?’라는 생각에 간판도 입구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터라 그냥 어느 맥줏집을 찾는다고만 하는 필자의 말에 잠시 생각하고는 먼 곳을 지적하면서 방향과 위치를 알려주었다.

아뿔사! 지금껏 나는 가족들이 있는 가게의 반대쪽에서만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허둥지둥 맥주홀에 달려갔더니 가족들은 난리다. ‘혼자서 어디서 여태껏 뭣했느냐’ 막무가내 구박한다. 이래저래 몰매 맞는 하루였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영화도 보는 둥 마는 둥 그날은 즐겁지 못한 피곤한 가족 외출이 돼버렸다.

귀가 후 마음을 다스린 후 상의 호주머니에서 필자의 명함 뒷면에 적힌 이름 석자와 핸드폰 번호를 보고는 황당한 그때를 되씹어 봤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감사하게도 꺼벙한 필자를 안내해 준 그 사람이 자필로 적어준 즉석 명함(?)을 보았다. (물론 그 당시의 친절함에 고맙다는 인사라도 전할 심사로 필자가 간곡히 부탁을 해서 받은 것 이지만)

어쨌든 그 날의 고생은 고생이고, 필자는 이날의 어수룩한 자신의 경험에 비해 잊지 말아야 할, 두고두고 기억하고픈 이야기 하나를 갖게 된 것에 대해 괜히 기분이 좋다. 아니 두고두고 필자의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기억이 될 것 같다. 작은 친절, 아주사소한 일에서 우리는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음을 실감했기에 더욱 그렇다. 어렴풋이 들은 기억으로는 ‘롯데백화점 점장’이라고 한 것 같은데...

아무튼 다시금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면을 빌어 짧은 얘깃거리지만 아직은 우리들의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친절했던 그 때 그 분에게 전해본다.              
                        
▲ 김용식 : 부산 스토리텔링 네트워크 고문 / ㈜부산경제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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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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