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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의 가격이 판매업소마다 다르다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을 것이지만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가벼운 두통이나 해열제로 자주 찾는 ‘아스피린’의 경우 20알 들이 한 통에 2,500원으로 판매가격을 표시하는 약국이 있는가 하면 3,000원으로 판매가격을 표시하는 약국이 있다. 25% 정도의 가격 차이가 생긴다. 아로나민골드의 경우 판매가격이 15,000원으로 표시하는 약국이 있는가 하면 18,000원으로 표시하는 약국이 있다. 이처럼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고 판매가격을 보고 구매 해야하는 현실이다 보니 깍아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알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50% 할인이나 하나 다 얹어주는 1 + 1 마케팅은 기본이고 일정금액 이상을 구입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연중할인’ ‘상시할인’이라는 글귀와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쯤되면 이게 진짜 활인인지 가격을 부풀려서 할인을 해주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은 종전에 실시되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도의 부작용이다.

상품 제조업자가 자율적으로 희망 판매가격을 표시했는데 실제 적정 판매가격 보다 높게 표시한 경우 판매자는 마치 많이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처럼 표시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상한 할인율을 만드는 주범인 권장소비자가격을 개선하고자 시행한 것이 오픈프라이스제도(open price system 制度)다.

제조업자가 아닌 유통업자가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오픈프라이스제도는 판매점 가격 경쟁을 활성화시켜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1999년 유선전화기, 세탁기, 냉장도 등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라면, 과자, 빙과류, 아이스크림 등 4개 가공식품과 기타 품목 14개까지 도입됐다.

그러나 빙과,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 오픈프라이스제도는 시행한지 1년만에 철회했는데 이유는 1년 시행과정에서 상품 가격이 많이 올랐고 소비자가 적정 판매 가격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판매점 마다 가격 차이도 커서 2 - 3배 차이가 발생했다. 어디에서 싸게 파는지 정보가 없어 비싸게 산 소비자는 불만이 생기게 된다.

오픈프라이스제도는 가격을 정부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소비가 가격을 비교해서 제일 저렴한 판매점에서 구매해야만 다른 판매점도 가격을 내리는 연쇄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 영업소나 대리점에서 안내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서로 경쟁이 심하게 일어나지 않는 요인이 된다. 특히 가공식품 분야는 상품의 특성이나 유통 구조상 오른프라이스제도가 정착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가공식품의 가격표시는 어떻게 해야할까? 권장소비자 가격이 소비자에게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점이 권장소비자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것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이것이 반드시 판매 가격을 안정시키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50%할인이 난무하는 우스꽝스런 할인율이 다시 나타날 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자들이 권장소비자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도록 정부와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감시와 압력이 작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T - price와 같은 가격 정보공개시스템이 강화되어 온라인상에서 한 눈에 쉽게 가격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한 상품의 영수증을 스캐닝 함으로써 실시간 가격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판매가격표시제도는 기존의 제조업체에서 포장지에 소비자 가격을 표시하던 권장소비자가격 제도와는 달리 유통업체에서 소비가 가격을 표기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1) 상품의 가격대를 알 수 없다. (2) 판매자가 폭리를 취하는 경우 소비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3) 다른 생산자간 상품 비교가 어렵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시장에서의 경제민주주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뭉쳐 시장에서 기업과 대등한 힘을 갖고 상품을 선택하고 가격을 결정 할 수 있을 때 경제민주주의는 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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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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