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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판 모세의 기적 오륙도 인근 ‘나암’ - 한달에 두 번 바닷길이‘쫘~악’
  • 기사등록 2014-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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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암이라 들어보셨는지? 열도처럼 늘어선 오륙도에서 우편으로 비껴난 작고 평평한 바위섬이다. 근래 이 돌섬이 조석 간만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고 닫힌다. 이른바 부산판 모세의 기적이다.

지난 14일 오후 1시, 며칠 물빠지기를 기다려 그 섬으로 걸어 들어갔다. 부산남구문화원 왕정문 향토사 연구위원이 길잡이를 맡았다. 오륙도선착장에서 해안가를 끼고 5분 정도 걸으면 나암 들머리. 폭 10여m, 길이 100m 남짓의 널찍한 바닷길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나암은 거미를 닮았다고 해서 주민들 입에서 입으로 거미섬 혹은 거무섬(거미의 사투리)으로 불리다 2011년 국토지리정보원이 나암으로 공식 명명했다. 국토포털사이트(www.land.go.kr)에는 ‘섬에 나무가 없어 기반암이 노출되어 있어 오래전부터 나암으로 부른다’고 적혀 있다.

마을 주민 몇몇은 일찌감치 섬 안으로 들어 와 참고둥 같은 해산물을 채집하고 있었다. 톳을 걷어 올리려는 아주머니도 보였다. 어망에 고둥을 한가득 쥔 어느 주민은 “물이 빠질 때 쯤 들어와 세 시간 가량 머물면 저녁거리는 충분히 건진다”고 자랑했다.

왼쪽으로 오륙도 6개 섬과 스카이워크가 아련하게 눈에 들어온다. 바위섬에 앉아 나른한 봄볕을 쬐는 가마우지 떼들이 조금은 생경하다. 얼핏 보면 펭귄을 닮았다. 그 옆으로 일제가 박아 놓은 콘크리트 해수표가 서 있다. 해수표는 일제가 해안포를 발사할 때 조수차에 따른 수위를 기준으로 정확한 사거리를 환산하기 위한 기준점이다. 2차대전 때 대한해협을 건너올 미군 함대를 정밀 타격하기 위해서다. 용호동의 아픈 역사다.

나암에 이런 바닷길이 펼쳐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왕 위원은 ‘최근’이라고했다. 2000년대 중반 백운포 방파제 축조 때 쓰였던 돌과 자갈들이 바람과 파도 그리고 몇 번의 큰 태풍에 밀려와 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큰 바위를 제외한 돌들은 모두 방파제에서 흘러 왔을 것”이라는 게 왕 위원의 설명이다. “내 어릴 적에는 헤엄쳐 들어와야 했어. 그땐 조개, 가라비, 참멍게가 지천이었 지. 돌 밑에 손을 넣으면 서로 엉겨붙은 낙지들이 걸려들곤 했어.”그래서일까 섬이 생각만큼 검지 않다. 나암은 섬이 검다해 흑석도로도 불렸다.

바닷길은 나암 본섬을 목전에 두고 ‘사실상’ 끊겼다. 이틀 뒤가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사리. 옷 버릴 각오를 하면 건널 수는 있겠으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칫 사고로 이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 때 보다 앞서 온 탓도 있지만 바닷길이 완전히 생겨나려면 꽤 세월이 필요해 보인다. 노둣돌 몇 개를 놔야 하지 않겠냐고 하니 왕 위원은 “큰 태풍 두어 번 치면 길이 생길 것”이라며 웃는다.

나암으로 걸어 들어가려면 주위가 요구된다. 우선 물때를 잘 맞춰야 하고, 가장 좋은 물때라 해도 바닷물에 일부 옷을 적서야 한다. 그리고 장화 보다는 접지력이 좋은 운동화나 아쿠아샌들이 제격이다. 군데군데 바다이끼가 끼여 꽤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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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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