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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은 지난 1월, 이사회를 열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정부는 신중론을, 담배회사 관계자와 일부 애연가들은 가당찮은 일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고, 금연협회 등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당연한 일이라며 반기고 있다.

담배, 술, 그리고 항생제를 많이 먹여 키운 육류식품, 농약으로 키운 야채 등 수많은 먹거리들이 유해성에 노출되어 있는데, 왜 유독 담배만 이렇게 딴지를 거는 거냐고 반문하는 목소리도 있고, 담배는 본래 기호식품으로 출발했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유해성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이제는 마약과 같이 취급해야 마땅하다는 목소리도 제법 크게 들린다.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낭만적으로 그려지던 담배연기는 이제 스크린에서 사라지거나 이미 제작된 작품속의 장면은 살짝 가려져서 방영되곤 한다. 금연구역은 또 일정 평수 이상의 시설(식당, 커피숍 등)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허공 어디쯤 되지 않을까... 흡연자들은 설 땅을 거의 잃었다. 담배에게 세상은 개벽되었다.

담배가 왜 이처럼 볼썽사나운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일까. 담배는 지금까지 각종 언론매체 등을 통해서 그 유해성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담배가 몸에 이롭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처럼 담배에 관한 많은 정보와 이롭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흡연자들이 자신의 건강 이외에 어떠한 결과들이 초래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건보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찾아보니 흡연자의 암 발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최대 6.5배가 높고,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으로 인해 매년 1조 7천억원의 진료비가 추가로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흡연으로 인해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1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규모다.

흡연자들은 담배 한갑을 살 때 건강증진부담금으로 354원을 부담한다. 이것은 자동차 운행자가 환경개선부담금을 무는 것과, 유해물질을 생산하거나 배출하는 기업이 관련법에 따라 부담금을 무는 것과 같이 이치다. 이에 반해 인체에 유해한 상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담배회사는 흡연 폐해에 대해 아무런 부담을 지지않고 있다. 이것은 올바른 처사일까.

식품이나 과일 등에 잔류농약 등 유해성분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갖가지 제약이 뒤따르는 작금의 세태에 비추어 보면 담배는 자못 당당하기까지 하다. 전문가들의 이론에 의하면 담배는 그 유해성이 마약보다 더 심하다고 하지 않는가.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수립과 실행이 절실한 때다.

담배회사도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인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상식이 되었고, 2011년 서울고등법원이 몇가지 암을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판시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담배회사는 담배 폐해 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

건보공단이 준비하고 있는 소송은 담배회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뿐만 아니라 흡연자들에게도 흡연의 폐해를 많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소송을 시발점으로 담배회사가 미국이나 캐나다의 사례처럼 일정부분 책임을 지고, 흡연자들이 담배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면 희망은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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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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