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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한 바다내음을 좋아하게 되고 도다리의 우직하게 끔벅이는 눈빛을 사랑하게 된 것도 아버지로부터의 내림 덕인 듯했다.

“이번에 너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야. 놓치지 마.” 녀석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나는 깻잎 위로 보이는 도다리의 눈빛을 이번에는 외면할 수 없었다. 마침내 나는 발등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 구부정한 그림자를 두 손으로 가만히 쓸어안으며 청사포 방파제 한 켠에 자리잡고 앉았다. 조심스레 낚싯대를 풀었다. 빛바랜 가방에서 집게가위도 꺼내 챙겼다.

황 의원의 수필 「도다리 예찬」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는 도다리라는 자신의 별명을 수필을 통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세상에 내놓았다.

미련할 정도로 우직한 도다리처럼 한 길을 걷고자 하는 그의 신념처럼 평생을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며 외길 인생을 살아왔고, 또 교육을 통해 사회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그의 역정이 믿음직한 것은 도다리가 주는 상징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너도나도 고군분투하는 시대에 옳지 않은 방법을 자신의 아버지처럼 과감히 포기하고 도다리를 찾아나서는 그의 교육에 대한 행보는 그의 삶과 함께 아직도 진행형이다.

황상주 의원은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나 개성고,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스페인 국립마드리드대학교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해군사관학교 교수,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는 청바지(청소년이 바라보는 지구)신문사 대표, BBB통역 자원봉사,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으로 봉직하고 있으며 2011년 계간 [에세이문예]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히기도 했다.

황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황 의원의 미소가 괜히 좋다. 교육자로 또 수필가로 살아가는 그의 삶이 처음 본 그의 얼굴에서 ‘참 맑다’라는 기분이다.
 
▣ 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각자의 행복이지요. 명예나 부, 건강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행복만 한 지고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예나 부, 건강 등을 갖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삶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인다면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지칭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경우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이나 아픔을 인내하고 살아갑니다만 이는 현재의 희생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달리 말하자면, 미래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부산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특별히 교육관련 분야를 맡으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제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밝혀본다면, 20여 년 이상을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해오면서, 우리 학교 입학생들의 면면을 보게 되었는데 나름 전국에서 우수한 인재라고 함에도 기본 인성교육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지나온 초, 중, 고교 교육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새로운 교육토양 조성에 투신하게 되었지요.

▣ 교육의원으로 활동하시면서 교육환경의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우선,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 가정의 자녀들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 받을 수 있도록 교육격차해소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면, 제 지역구라 할 수 있는 북구, 강서구, 사상구는 서부산 권역인 탓에 동부산 권역에 비하여 학생들의 가정환경이나 학교시설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가정환경에 의한 교육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적 지원을 극대화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쏟았으며, 노후된 책걸상 등 비품이나 방송시설 교체 같은 작은 일에서부터 강당 건립 등의 대규모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난 몇 년 간 보편적 복지라는 약간은 정치성이 가미된 개념에 탐닉하다보니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파이가 더 적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정작 제 노력의 성과 역시 그리 만족할 수준은 못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열정을 쏟았던 것은, 우리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축적한 지식이 대부분 대학입시에만 쓰일 뿐, 학생의 먼 미래까지는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어서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행복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봅니다. 배움을 행복으로 느끼는 교육, 그래서 학교는 가고 싶은 곳이 되는 그런 교육이 되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 각종 뉴스매체를 살펴보고 의원님이 부산교육발전을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시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그런 노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교육환경을 만들고 싶으신지요? 학교폭력, 자살, 왕따, 학업부적응 등 교육계 문제점에 대한 해소 방안과 연계하여 말씀해주시지요.

교사와 학생이 긴밀한 인간적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성적지상주의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교사가 학생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교과과정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면 교사의 자긍심은 제고될 것이며 아이들의 만족도 역시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또한, 지역사회와 유리된 교육 구조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현 교과과정이나 방과후 수업 등으로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학업에만 매진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학교를 지역사회로부터 완전히 유리시켜 마치 홀로 떠있는 섬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각종 기관이나 단체 혹은 개인들과의 멘토링 사업이나 직업세계 체험 등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 밖의 사회도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교육의 기회를 학교 밖에서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 교육에 기여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며 학생으로 하여금 학생이면서 또한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의식도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은 시기를 놓치면 할 수 없습니다. 학창시절에 배워야 할 시민사회는 그 시기에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행복한 교육의 뼈대이며 이를 통해 학교폭력 등 갖가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말하고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들을 합니다. 과도한 교육열로 나라가 흔들리기도 하고 몇 년도 지속되지 못하고 바뀌는 여러 교육정책으로 인해 온 나라가 우왕좌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박근혜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경제는, 우리 시대의 산업사회가 지난 시대의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체제를 탈피하고 창조적 사고를 통하여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고 봅니다.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는 ‘창조교육’, 즉 단선적, 전국적 교과과정을 학교별, 지역사회별 혹은 상황별 교과과정으로 바꾸고 수업도 일방통행식에서 토론식 수업으로 바꾸어 학생 각자의 창의적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교육으로 기본개념만 잘 정립해도 과도한 교육열이나 학교폭력 등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교육계에도 불어 닥친 무상복지 바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국가든 가정이든 재원은 늘 한정적이며, 세상에 공짜는 쥐틀 속의 치즈 밖에 없다는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 무상급식이라는 도움이 필요치 않는 소득상위계층 자녀까지 무상으로 하다보니 그에 소요되는 재정규모가 워낙 막대하여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하위소득계층자녀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거나 혹은 더 많은 계층 자녀들에게 수혜의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았습니다. 복지정책이 오히려 복지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계층에 대한 복지를 박탈함으로써 계층 간의 격차와 이질감을 심화시키고 이는 사회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면복지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참으로 간단한 셈법이지요.

교육계는 복지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업무가 침해받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재정문제의 예를 들면, 무상급식이나 초등 돌봄 교실 등 복지차원의 사업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해야 하며 조리종사원 등 인력 역시 지방자치단체 소속이 되어야 합니다.

만일 부산교육청을 포함한 일부 교육계가 그러하듯 이런 복지의 전부 혹은 대부분에 관여하게 되면 지나친 재정부담이나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단체협상문제 등 비교육 부문에서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되고 이는 교육계의 큰 부담이 될 것이며 교육에만 충실한 교육계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 짤막하게 답을 하셨지만 ‘쥐틀 속의 치즈’라는 멋진 비유가 정답이라며 무릎을 탁 치고 싶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의 예산이 확 줄었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쓰이던 돈을 빼내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그것이 그렇게 우선이었을까 싶다.

▣ 지난 시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먹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완전히 먹고사는 문제를 탈피하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사회적 관심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보는데요. 얼마전 모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삶의 지표를 발표하면서 소득은 늘어도 정치참여도는 높아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질은 하위권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시점에 후학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작금의 경제는 무척 어렵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자기의 비전을 가지고 산업활동을 하기 만만찮습니다. 그만큼 특별함이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휴대폰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것이 처음 상용화되었을 때는 그 기능성이 선호도를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소위 ‘벽돌’이라 불릴 만큼 컸어도 휴대할 수 있다는 기능이 이 제품을 고가에 구입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무리 최첨단 제품이라 할지라도 그런 ‘벽돌’을 구매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크기가 아니라 디자인을 제품 구매의 최우선 척도로 삼는 것이 추세입니다. 예술적 감각이 우선되지 않으면 산업사회의 낙오자로 남게 됩니다. 이것이 창조경제시대의 현실이고 창조경제야말로 천연자원이 그리 많지 않은 한국경제를 세계 10위권 안에 지속적으로 랭크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교육을 우리 삶에 부가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후학들의 정신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고, 그들이 곧 우리 산업의 주역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는 교육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의 우리 사회를 갖게 해주는 버팀목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본인의 별명 도다리를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의원님의 좌우명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좌우명이 있으신지요?
우직한 것이 미련해 보이고 정치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저는 깊은 물속에 우직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도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근본을 지키고, 세우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에 ‘먼저 사람이 되자’라는 말을 늘상 새기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해 의원님의 지역 언론사들을 향한 당부와 격려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 의원으로서 먼저, 지역 경제지를 포함한 모든 지역언론사에 제도적, 재정적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 한 점 죄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배전의 노력을 약속드립니다. 특히 지역언론사 가운데 전문경제지는 우리 부산의 경제 발전에 한몫을 해온 것으로 압니다.

부산경제신문이 지역 언론지로써 우뚝 서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부디 창조경제와 창조교육시대를 함께 아우르는 명실공히 착하고 힘있는 그런 언론사로서 자리매김하길 기원합니다.

 
♣ 강서구의 교육국제화특구 지정 건의, 공립유치원 증설 계획 재검토 촉구, 초등학교 급식단가 검토를 통한 급식의 질 높이기 촉구, 교구업체 특혜 지적, 강제 방과후학교 중지 건의 등 부산시의회 교육의원으로서 그가 제의하고 추진한 안건들을 살펴보면 그의 예리한 비판적인 시각과 교육발전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빠른 발과 큰 귀가 장점인 토끼처럼 항상 열린 귀로 세상정보를 듣고 세상과 소통하고, 어떤 일을 계획하면 빠른 발로 남들보다 먼저 행동하는 성실함으로 살아보겠다던 그의 약속을 들은 적이 있었다.

대담을 하기 위해 그에 대한 자료를 훑어보면서 그가 얼마나 약속을 충실히 지켰는지 알 수 있어 그와의 대담이 내가 담고 있는 또 하나의 나를 알게 해 덤의 기쁨을 느꼈다.

‘행복한 교육환경 조성’이라는 대의에 투신한 그에게는 많은 것을 희망할 수 없지만 어쩌면 우직한 그를 보면서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겠는가 싶다..
‘요즘처럼 이기적인 세상에 오히려 그 미련함이 깊은 인생의 맛을 느끼게 한다.’는 그의 수필 속 도다리가 문득 생각난다.

그가 도다리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반추하고 이어서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루었듯이 그의 뒤를 이어 나도 도다리에 대한 나만의 새로운 인식을 시작해 볼까하는 마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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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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