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 점포 수는 148개에서 2012년도 말 152개로 - 외국금융사 유치 실패…서울 국제금융센터 절반 공실 - 금융시장 경쟁력 71위 그쳐...IFC 콘래드호텔 매물로
지난달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3 부산 금융중심지 해양·선박금융 컨벤션'에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부산이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싱가포르처럼 해운업과 금융산업을 조화시키면 머지않아 동북아 금융의 커다란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원장의 이런 평가와는 달리 긍정적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부산을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라고 부르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거의 없다. 기껏 금융 공기업 등 9개 기관이 순차적으로 부산으로 내려온다는 계획이고, 선박금융공사를 부산에 만들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법률안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12월, 2007년 세계 50대 자산운용사를 유치와 2010년까지 해외 유수 금융회사의 지역본부를 유치하는 것 등 한국을 2015년까지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위치의 ‘동북아 3대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즉,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내 금융회사를 육성하겠다는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을 발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어쩌면 부산과 서울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한국투자공사(KIC)와 KAIST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한 것이 고작이다.
2009년 말 집계를 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 점포 수는 148개에서 2012년도 말 152개로 단 4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치한다는 AIG의 계획은 취소됐다.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한국에서 철수했다. ING생명과 아비바생명 등도 한국 사업을 접었다. 국내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회사는 여전히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작년에 조사한 국가별 금융시장 성숙도 평가에서 한국은 71위에 머물렀다. 1,2위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고사하고 뉴질랜드(5위)와 호주(8위)에도 한참이나 뒤졌다.
작년 11월 준공된 서울 국제금융센터(IFC)의 입주율도 아직은 낮다. 오피스타워 1동은 99.3% 입주가 이뤄졌지만 2동은 33.6%밖에 차지 않았다. 3동은 임대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IFC를 구성하는 최고급 콘래드호텔은 매물로 나왔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외환시장 여건이나 자본시장 발전 정도를 감안할 때 금융허브 계획은 당초부터 무리였다"며 "차라리 포기 선언을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