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섣달 그믐밤’에서 ‘나목의 시’ 까지 - 낙동강과 아버지를 그리워한 시인 이기윤 추모 4주기를 맞아.....
  • 기사등록 2013-04-22 00:00:00
기사수정
 
낙동강 칠 백리 그 끝자락에 수수만년 퇴적층이 쌓여 이뤄진 부산시 강서구 식만동 832번지 갈대섬 ‘중사도’. 전체면적 10만평, 30여 호의 가구가 사시사철 풍요로운 계절감으로 평화로움을 구가하며 유구한 세월 그 역사 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에 감싸여 옥토로 일궈진 천혜의 땅!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시인 이기윤의 추모 4주기를 맞았다.
 
육사 33기로 육군 대령 출신의 이 시인은 사관생도로서는 최초로 (육사 3학년 때. 1977년)) ‘태릉무림기’ 첫 시집을 내고, 지난 2009년 폐암으로 사망할때까지 평생을 육사 국어과 교수로 재직했다. “조지훈 시인의 ‘군인의 시적 체험은 개인에게는 전인 형성의 기틀이 된다’는 글에 감명받아 평소 그 글귀를 마음에 새긴다”라고 했다. 또한 “생도들이 문학을 통해 배우는 삶에 대한 성찰은 감동적 리더십의 기본적 소양‘이라며 인문학적 일상과 역사의식을 생도들에게 고취시키며 문.무를 겸비한 국가 간성인 고급장교 양성에 헌신했다.

한편 지난 1997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해 문단 활동을 시작. 작품으로는 유년의 기억을 펼친 시집 ‘자전거와 바퀴벌레’가 있다. 또한 고향 김해를 배경으로 씌어진 고인의 마지막 아우라, 소설 ‘섣달 그믐밤’이 있다. 소설 ‘섣달 그믐밤’은 대가족의 일상속 삶의 현장에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동란과 근대화 과정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굴곡을 소낙비처럼 받아들이며 감당해내어야 했던 ‘아버지’를 메타포로, 고향 김해와 현 부산시 강서구가 배경이다.
 
지난 2010년 5월 1일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을 그려낸 ‘섣달 그믐밤’ 시비가 고향 중사도 마을 어귀에 ‘낙동문학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이경자) 주최, 계간 ‘시와 시학사(편집주간. 김재홍)’, ‘문학과 의식(주간. 안혜숙)’, ‘문학청춘(주간. 김영탁)’과 ‘한국현대시박물관(관장. 김초혜)’, ‘돝섬문학동인회(회원. 김현구.부산중앙고 교사, 김진식.울산대 교수, 왕혜경.김해여고 교사, 목진숙.전 경남신문 논설위원.창신대 교수를 비롯해 고교 동기생 신용수, ‘부산문인협회(회장. 정영자)’, ‘경상남도문인협회(회장. 현 거제시 교육장 김복근)’, ‘육군사관학교(교장 이봉원 중장)’ 후원으로 세워졌다.

끝까지 이끌어 주신 김현구(부산 중앙고 교사), 박만준(동의대 교수), 최익두(부산시), 허영호(김해시), 이희경(김해석재 대표)께 감사드린다. 이 날 가족을 비롯해 마을 주민 손영성, 김방호, 노관우, 이민재, 김순조, 하대식, 윤태근, 안승주, 이강원, 성순용, 성옥용, 배두기, 이기성, 이무용, 이화신, 이경보, 김학준, 민경은, 김우제, 김광호, 김광도, 김태원, 김형식 등이 참석해 마음을 한데 모았다. 또한 강서구 가락의 신정식, 하태수 선배님과 후배 최현대, 박재범, 전윤희, 이명희, 김지훈 등이 끝까지 함께했다.

이밖에도 부산 강서구와 김해지역에서 활발한 문학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서태수(전 강서문학 회장, 부산문인협회 회원) 장정임(김해여성복지 회관 관장. 김해여성문학 회장)을 비롯해 박경용(벨라에세이연구회 회장)과 회원 김용권, 손명순, 이환업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특히 박래명(전. 가락 동장)과 동사무소 임직원, 강인길 강서구청장을 비롯해 구청 관계자께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시비의 글씨는 해운.김용권(동아대 출강)선생께서 쓰셨다.
 
섣달 그믐밤

              이 기 윤

함께 덮고 자던 이불을 내 아이가
돌돌 감고 혼자 잔다 잠결에
나는 또 아버지 이불을 뺏어 칭칭
몸에 감고 잔다.

아버지는 혼자 아버지를 덮고 주무신다.
아버지라는 이불이 추우신지 몸을 웅크리고
가끔 마른 기침을 하신다.

깜빡 잠이 들어버린 뒷마당
또래의 꾀양나무는 하얗게 눈썹이 새어가고
내 나이 한 살이 목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는 섣달 그믐밤

긴 밤 꿈을 꾸며
꿈을 잃어가며 밤새도록 지금 나는
아버지가 되어가는 중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 그 아득한 행간에 누워
 
스승 김재홍 교수는 이 날, 먼 길을 먼저 떠난 제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에서 “님은 갔지마는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덧붙여 “꽃 진 자리에 오히려 향기 더욱 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사랑하던 이땅 산하와 하늘 바다, 그리고 사람들과 인정은 오래오래 우리 가슴속에 살아남아 세세년년 꽃을 피우고 향기를 더해가리라는 것을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간 이기윤은 아버님을 끝없이 공경하고 사랑하였으며 형제, 자매, 가족, 친척, 친지들에게도 진실한 정을 나눈 따스한 이었다.”라며 “고향 중사도와 그 속의 어진 사람들과 굽이치는 낙동강물, 그리고 흘러온 이땅, 어기찬 역사와 민중의 한을 누구보다도 사랑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하며 스무살 청년에서 문.무를 겸비한 장년의 의엿한 문학인으로 성장시킨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그리움으로 추모했다.
 
또한 같은달 15일, 전남 진도 세방리(‘극락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 낙조공원 낙조전망대에 오판주(진도읍장), 천병태(시인)을 비롯한 진도문우들과 마산고교 동창 노화욱(충북 극동대 석좌 교수. 전 충북 정무부지사), 정은상(하나은행), 이재영(중앙일보), 고승철(경향신문), 주대환(사회민주주의 공동대표), 이봉조(전 통일부 차관)에 의해 이 시인의 ‘나목의 시’ 시비가 세워졌다. 시비에 새겨진 글씨는 진도 상만리에 있는 ‘구암사’ 만옥 (용문 스님)이 쓰셨다.
 
나목의 시 
           
           이 기 윤

나 죽으면 나무가 되리

빗줄기보다 먼저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굽은 비의 등뼈 사이로
나뭇잎 지는 하늘을 보리

눈 뜨고는 헤아릴 수 없는
세상 다 감싸안고
홀로 스러지는 나뭇잎을 보리

밟히면 밟힐수록 넉넉한 거름이 되고
날리면 날릴수록 바람보다 먼저 하늘에 닿는
무지개빛 사랑 하나

겨울밤 홀로 흔들리는
한 그루 나무나 되리

 

이 시인은 고교동창 노화욱(극동대 석좌 교수. 전 충북 정무부지사)에 의해 진도를 방문, 진도 바다를 둘러보고는 ‘극락’이라고 했다.
 
고인은 지난 2007년 고향 김해 벨라 에세이 연구회(회장. 박경용)초청으로 ‘낙동강,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나의 문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날 ‘강은 왜 역사인가?’, ‘낙동강과 김해’, ‘’김해와 낙동강 삼각주‘, 그리고 ’아버지의 강, 혹은 아버지의 섬‘, ’낙동강과 문학‘이라는 소주제로 나눠 원시인의 생활터전이었던 김해지역의 강과 관련된 지명 유래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아울러 8남매의 장남이며, 11남매의 아버지였던 무거운 짐을 짊어진 고독했던 아버지의 전 생애를 뒤돌아 보며 “나의 문학의 뿌리는 낙동강과 김해, 아버지로 함축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슬픔을 뒤집으면 사랑”이라고 말했다. “갈무리된 슬픔은 내 문학의 원천으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힘”임을 피력하며 향수어린 고향을 만났다.

<이기윤 교수 약력>
경남 김해 출생(1954_2009), 가락초.중 졸업, 마산고 졸업, 육군사관학교 졸업(1997.3), 서울대학교 대학원(석사), 인하대학교 대학원(문학박사), 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수(1981.3_ 2009.5), 육군사괂학교 국어과 과장(2001_2004), 미국 유타대학 교환교수, 육사신보사 주간(1997_1999), 육군박물관장(2004_2008),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1997)

<저서>
‘전쟁과 인간’(1992.12), ‘주제비평의 원리와 실제’(1998. 12), ‘화법의 이론과 실제’(1996. 9), ‘작문의 이론과 실제’(1998. 2), 천주교 군종교구사, 근현대역사서 육군사관학교 60년사 ‘별’(2006. 10), 소설 ‘섣달 그믐밤(2008. 3), 수필집 ’해인사를 거닐다‘(공저), 시집 ’자전거와 바퀴벌레‘ 등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3-04-22 00:00:00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부산은행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동양야금공업
원음방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